[재난 및 화재 예보시스템 조기 정착을 위하여] -경기데일리 소방 칼럼
박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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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및 화재 예보시스템 조기 정착을 위하여]
출처: 경기데일리/https://m.ggdaily.kr/131672
한국의 재난 예보 체계는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확장돼 왔다. 태풍·호우·폭염 등 기상 재난은 비교적 정교한 예보시스템을 갖추었고, 산불 분야에서도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통해 위험도를 수치화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기온·습도·풍속 등 기상 자료와 지형·임상도 등 빅데이터를 결합해 산불위험지수를 1~100점으로 산출, 산불 위험을 감(感)이나 경험이 아니라 과학적 지표로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한국 재난예보 체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한국의 재난 예보 체계는 여전히 ‘국가 시스템’이라 부르기에는 미흡하다. 재난의 양상이 복합화되고 도시화가 위험을 증폭시키는 시대에, 지금의 예보 체계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부처별로 흩어진 경보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처 중심의 칸막이 구조다. 산불은 산림청, 홍수는 환경부와 국토부, 지진은 기상청, 도시 화재는 소방청이 각각 담당한다. 각 기관은 자신이 맡은 분야의 예보에는 익숙하지만, 데이터를 통합해 위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체계는 부재하다. 국민이 받는 정보가 ‘부처별 경보’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 문제는 도시 재난 및 화재 예보의 부재다. 도시 화재, 산업시설 폭발, 지하공간 침수, 전력·통신 장애 등은 기후 변화와 도시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예측하는 체계는 아직 없다. 물론 도시 화재는 인위적 요인이 많아 산불처럼 정교한 예측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시설 노후도, 전력 부하, 인구 활동 패턴, 과거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산출해 사전 경고를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사고 발생 후 대응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예보가 아니라 ‘사후 통보’에 가까운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취약성이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일본 방재청, 유럽 긴급대응조정센터(ERCC)는 국가 차원의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기상·지형·인구·시설 정보를 실시간으로 결합 분석한다. 반면 한국은 기관별 데이터가 분절돼 있고 표준화도 미흡하다. 재난 예보는 결국 데이터의 질과 양이 결정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기관 중심 행정’이 데이터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위험 소통(Risk Communication)의 한계도 크다. 미국과 일본은 위험 수준을 단순한 경보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행동 지침으로 전달한다. 반면 한국의 예보는 “주의하세요”, “경보 발령” 같은 추상적 표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국민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예보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소방청이 제시한 AI 기반 예측 소방 체계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소방청은 사후 진압 중심의 기존 체계를 벗어나, 온도·연기·전력 사용 패턴·음향 진동·기상 정보 등을 분석해 화재 발생 이전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경보를 빨리 울리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위험도가 높아지는 시설을 사전에 특정해 자원을 전진 배치하고, 전기 과부하나 열 축적 단계에서 차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화재는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
해외 사례는 이러한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두바이는 도시 전역의 건물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위험이 감지되면 소방차와 로봇을 사전에 배치하는 예측형 소방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위성 영상과 기상 데이터를 결합한 AI 모델로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해 대피와 방화 전략에 활용한다. 공통점은 명확하다. 소방의 경쟁력은 더 빠른 출동이 아니라 더 이른 판단에 있다는 점이다.
AI 기반 예측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제도·데이터 공유 체계가 함께 정비돼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재난 및 화재 예보 개념을 명확히 반영하고, 소방청은 예보시스템 도입을 위한 성능 기준과 행정 책임을 정교하게 시행령에 반영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기상 예보가 필수이듯, 화재에도 예보가 필요하다. 소방의 목표는 더 이상 얼마나 빨리 달려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미리 위험을 읽고 막을 수 있느냐다. AI 기반 예측 소방은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안전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소방청은 산림청의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도시화재예보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 생명 보호와 국민 안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실현할 것을 제안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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