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진 소방 칼럼] AI 기반 화재 예보, 악성 화재를 막는 국가적 해법
박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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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소방 칼럼]
AI 기반 화재 예보, 악성 화재를 막는 국가적 해법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최근 “특정소방대상물 등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화재감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화재 대응 패러다임을 ‘사후 진압’에서 ‘사전 예보’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화재 위험의 증가와 소방력의 구조적 한계를 고려하면 이러한 방향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화재는 더이상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다. 최근 수년간의 통계는 대규모 산불 화재 증가, 전기적 요인 증가, 노후 설비의 위험성, 특정 시간대의 반복적 패턴, 계절적 요인 등 일정한 규칙성을 보여준다. 이는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해외에서는 건물 내부의 온도 변화, 전력 사용 패턴, 미세 연기 농도, 기계 진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실시간 분석해 화재 발생 전 단계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기술력이 우수한 우리가 더이상 소방 선진국에 뒤처질 이유가 없다.
악성 화재의 공통점은 초기 감지 실패다. 화재 발생 후 1~3분 안에 대응하지 못하면 불길은 통제 불가능한 단계로 넘어간다. 이 시점을 놓치면 소방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피해 최소화에는 한계가 생긴다. 초기 감지의 정확도와 속도가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핵심 변수라는 점에서 기존 감지기 중심의 자동화재탐지 시스템은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AI 기반 화재 예보 시스템은 연기나 열이 발생하기 전 단계의 이상 패턴을 감지하고, 전기 설비의 과부하를 예측하며, 위험도가 높은 시간대와 구역을 자동 분석해 실시간 경보를 제공한다. 기존의 단순 감지기나 CCTV 분석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이다.
특정소방대상물을 우선 적용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다중이용시설, 노유자 시설, 물류센터, 공장·창고, 고층 건물 등은 화재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초기 대응 실패는 곧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AI 기반 예보 시스템은 이러한 시설의 위험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관리자가 사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소방 역시 출동 전 위험 정보를 확보하여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소방력 부족 문제 역시 AI 도입의 필요성을 강화한다. 출동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더디며, 장비 현대화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방이 모든 위험을 사람의 경험과 판단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I는 소방관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소방관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위험 시설의 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주고, 출동 전 위험도를 분석하며, 현장 도착 전에 건물 내부 상황을 예측하게 하는 기능은 소방관의 생명을 지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술 도입을 넘어 표준화로 확장되어야 한다. AI 기반 화재 예보 시스템은 민간 기술만으로는 확산되기 어렵다. 법적 근거 마련, 설치 비용 지원, 데이터 표준화, 공공·민간 연계 플랫폼 구축, 소방청과 지자체의 통합 운영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 특히 데이터 표준화는 AI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시설별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관리해야 정확한 예측 모델이 구축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기후 위기, 도시 밀집, 노후 인프라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화재 위험 속에 살고 있다. 이제는 불이 나면 출동한다는 방식만으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AI 기반 화재 예보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안전 인프라다. 악성 화재를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해법에 정부가 관심을 갖고 결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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